[칼럼] 3.3 제보센터 :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첫 걸음 <매일노동뉴스 연재>
대한민국 헌법 32조3항에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른바 ‘근로의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 규정에서 도출되는 권리의 내용들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근로의 권리는 ‘일할 자리에 관한 권리’만이 아니라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도 의미하는데, ‘일할 환경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권리로서 건강한 작업환경, 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 합리적인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함한다”고 판시한다.(헌재 2016. 3. 31. 선고 2014헌마367 결정)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령에 의해 보장된 노동자들의 여러 권리들, 즉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 최저임금 및 퇴직금을 보장받을 권리, 적정한 휴게시간·휴가를 향유할 권리, 산재보험 및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을 권리 등은 헌법 32조3항의 명을 받아 법률로써 구체화된 ‘근로의 권리’의 내용들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들로서, 앗아가면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게 되는 권리들의 묶음이다. 그런데 타인으로부터 종속적 노동을 수취하면서도, 단지 사업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자들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하려는 사업자들이 있다. 이들은 노동관계 법령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3.3%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등 근로관계를 은폐하고자 갖가지 위장된 고용형태를 창출하고 있다. 온라인 기술의 발달 및 이를 통한 사업의 매개·조직화 등으로 인해, 이러한 근로자성 은폐 현상이 점점 용이·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업장에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종속적인 지위에서 사용자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들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해당 여부에 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소득세 징수 형태 등 형식적인 요건이 아닌 실질적인 지휘·종속 관계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인 근로자성 징표에 관한 사실관계를 근로자들이 모두 입증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관례다. 부당해고, 최저임금 및 퇴직금 미지급, 휴게·휴가 미보장, 산업재해 및 실업급여 미보장 등 구체적으로 당면한 권리 침해 상황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기 위한 지난한 법적 절차를 개별적으로 밟기는 난망한 상황이다. 이에 ‘타인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고, ‘지휘・감독의 결여’ 등 개별적인 독립성의 징표들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책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정의 규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개정이 이뤄지면 사용자의 편법적 위장 고용은 불가능하거나 최소한 더 어려워질 것이다. 더욱 많은 노동자가 원칙적으로 법정 근로조건의 보장을 받으면서 노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3.3 제보센터 개막 및 근로기준법 사회연대운동 제안 기자회견(24.9.5 서울 중구 민주노총) 그러나 대통령이 위헌적으로 법률안 거부권을 오·남용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법률 개정은 요원한 일이다. ‘가짜 3.3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등을 통해 근로관계를 은폐 당하고 있는 전국의 노동자 당사자들이 집단적으로 나서고 모이지 않는 한, 법률 개정은 물론이고 편법적 위장 고용이 만연한 업종·사업장에 대한 노동청의 전수조사와 근로감독 등 노동자들의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은 불가능할 것이다.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사회연대운동’은 최근 ‘노동자의 이름으로! 모두의 권리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4대 보험 전면 시행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한 첫걸음을 떼고자, 근로관계를 은폐하는 사업장 등의 실태에 대한 광범위한 제보를 받는 ‘3.3 제보센터’의 문을 열었다. <<사내에 3.3계약으로 근무하는 직원을 알고 있는 동료 노동자들(1유형), 하청업체 직원들이 3.3으로 들어오는 원청에 소속돼 근무하는 동료 노동자들(2유형), 평소 3.3을 사용하는 업체를 알고 있는 시민들(3유형), 3.3%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는 채용공고를 본 적이 있는 시민들(4유형), 3.3 위장고용을 유도하는 노무컨설팅 광고를 발견한 시민들(5유형), 그리고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스스로 3.3%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며 4대 보험 가입 없이 일하고 있는 노동자 본인(6유형)들로부터,>> 각 유형에 맞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들에 대해 대대적인 제보를 받는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노동자들의 개별적 권리구제를 위한 법적 조력, 위장 고용이 만연한 사업장과 업종에 대한 전면적 근로감독 추진, 근로기준법 근로자 정의 규정 개정 등 일하는 사람 모두의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근본적인 사회적 움직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일하는 사람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많은 현장의 목소리들이 모이기를 기원한다. 글이종훈법무법인 시민 변호사 bit.ly/삼쩜삼제보센터 바로가기 <<매일노동뉴스 민변 노동위의 노변政담 기사로 보기>>
[칼럼]
이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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